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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날짜. 2021.10.31

작가. 도화 (@Peach_B1oS2om)

분야. 소설

00:00 / 04:38

익숙한 배경이다.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은 공간은, 정확하게 꿈속에서도 이미지를 재현해 냈다. 옅은 베이지와 화이트 계열로 맞춘 벽지와 가구들 가운데, 그가 알고 있는 사람이 서 있다. 동향으로 난 창문을 통해서 들어온 빛이 영화의 스포트라이트처럼 방의 중앙에 서 있는 그녀의 얼굴을 비춘다. 입술이 움직인다. 아나킨. 분명히 말하고 있는데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호선을 그리며 휘어진 눈도, 기대감에 들어찬 표정도, 아름다운 모습도 전과 똑같은데, 목소리만은 구현되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 음소거라도 시켜논 것 마냥. 어쩌면 전처럼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 역시 입술을 달싹이지만, 소리는 입안에서 맴돌기만 했다. 그녀가 다시 입술이 움직인다. 그는 이 뒤에 올 말을 알고 있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여기서부터는 볼륨을 확 올린 것처럼 또렷하게 목소리가 들린다.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반복해서 듣던 말이다.

 

‘나,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

 

눈을 떴다. 시야가 채 주변에 적응하기도 전에, 가장 먼저 진저리나는 빗소리가 들렸다. 아나킨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귀를 타고 들어온 빗소리가 뼈에 스며들어 한기가 든 것 같았다. 양손으로 귀를 막고 몸을 뒤척였다. 짐승이 앓는 듯이 끙끙거리는 소리가 좀 더 이어지다가 멈추었다. 눈이 적응하여 주변 사물이 분간되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엉성하게 닫은 커튼 사이로 희끄무레한 빛이 스며들긴 했지만, 방 전체를 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칙칙한 방의 채도는 구질구질한 날씨 탓일 게 뻔했다. 손을 더듬어 근처 협탁에서 휴대폰을 찾았다. 06: 02. 찌르는 화면 빛에 아나킨이 반사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시간을 보자 돌연 피로감이 몰려왔다. 새벽 몇 시에 잠들었는지는 불분명 했으나, 몇 시에 잠들었든 얼마 자지 못 했으리라. 어차피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사는 것 따위. 일상의 안위가 술 한 방울 모다 못하게 된지는 약 6개월 정도 되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이십대 후반, 중소기업 회사원, 아동센터 주말 자원 봉사자……. 평범한 그를 평범하게 수식해줄 단어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단어들로부터 도망쳤다. 딱 하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남자’이라는 수식어를 등에 낙인찍힌 채로 말이다. 아내였던 파드메 아미달라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로, 그는 작은 섬의 여관에 틀어박혀 술에 전전하면서 살았다. 정확한 이름도 모르는 섬이었다. 애초에 행선지를 정해 표를 사서 온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파드메 장례식 이후에 넋이 나간 사람처럼 겨우 겨우 생활을 이어가던 아나킨은, 삶의 흐름을 따라가질 못하고 결국 고꾸라졌다. 파드메가 죽고 난 뒤, 마치 그 사건이 하잘 것 없다는 듯이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다들 슬픔을 떨치고 나아가고 있었지만,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그러지 못했다. 현실과 슬픔의 괴리는 삶의 의지를 박탈했다. 아무런 희망도 없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사표를 내고 집을 정리하고는 남은 돈을 모아서 아무 섬에나 들어갔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죽기 전에 파드메가 버릇처럼 말하였던, 바다가 보고 싶다는 말 때문이다.

 

“…….”

 

그는 핸드폰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여관의 식당이 문을 열기엔 이른 시간이었다. 조금 일찍 내려가 술을 달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괜히 말을 섞기 싫어 그만두었다. 말수가 적고 매사에 무표정한 여관 주인은 이곳 1층의 식당과 위층의 여관업을 같이 하는데, 장기 투숙객인 아나킨을 참견하지 않았다. 두 달 치 숙박료를 선불로 내고 술값도 꼬박꼬박 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매일 하는 일이 비가 오는 창밖을 보면서 술만 마시는 거라면, 한 번 정도는 ‘무슨 일이냐, 사정이 있냐.’라고 물어볼 만도 했다. 하지만 주인장은 아예 관심 자체를 두지 않았다. 돈만 잘 내면 된다는 건가. 하긴, 그편이 아나킨에게도 편했다. 언제 어디서 죽더라도 드러나지 않고 넘어갈 정도의 무관심을 원했다. 그는 어디 가서 질질 짜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 동료들이 상담사를 찾아갈 것을 권했을 때에도 귓등으로 들었다. 주인에게 믿음과 복종의 의미로 배를 드러내고 엎어지는 개처럼 속내를 모조리 털어놓는 과정은, 편하지도 후련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작업일 뿐이었다. 그가 왜 슬프고 힘든지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나 힘들고 지쳤다.

 

핸드폰을 협탁 위로 돌려놓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와 무언가 끌리는 소리, 그리고 계단을 밟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 시간에 나가려나 보네. 아나킨은 옆방 사람을 떠올렸다. 그보다 조금 늦게 이 여관의 옆방에서 묵기 시작한 남자는, 아나킨과 마찬가지로 한 달이 넘도록 숙박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남자는 생을 포기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 남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섬의 기후가 우기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었기에, 온종일 비가 와서 식당 실내 테라스에서 이젤과 화구를 펼치고 그림을 그렸다. 나이는 그보다 많은, 삼심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 정도의 남자. 방과 식당을 오가면서 스친 탓에 눈인사는 주고받았지만, 이쪽과도 말은 나눠본 적 없었다. 예술가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보다는, 웃으며 인사할 때의 언뜻 보이는 사람 좋은 인상 탓에 기억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썅.”

 

억지로 잠 좀 자보려고 눈을 감았지만, 술이 깨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이 파편적으로 흩뿌려져 지나갔다. 처참했던 사고 현장, 쓰러져 있는 파드메, 버거웠던 장례식. 가끔가다가 두 사람이 행복하게 함께 했던 기억들도 떠오르긴 했다. 그러나 그걸 위해서 감내할만한 고통은 아니었다. 아나킨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옆방 남자가 먼저 내려갔으니 그가 내려가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식당은 이미 열려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골 아프게 옛 기억과 씨름하는 게 아니라 도로 술에 취해 있으면 된다. 그게 훨씬 빨랐다. 기분도 더러워지지 않고 말이다.

 

“내일 날씨입니다. 요즘 매일 비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일은 오전에 잠깐 비가 그치고 해가 날 것으로 보입니다. 비는 다시……”

 

부스스하게 뜬 머리를 대강 정리하고 계단을 밟고 내려가자마자, 식당 구석에 틀어 놓은 텔레비전 소리가 들렸다. 화면 속의 기상 캐스터는 내일 날씨를 예보하고 있었다. 드디어. 오전뿐이긴 하지만 비가 그친다는 소식에 아나킨의 얼굴이 섬을 온 이후에 처음으로 환해졌다. 그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죽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 망할 섬에서 한 달 동안 비만 내렸기 때문이다.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했던 파드메는, 그와 함께 아이오와 주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 및 사회 생활까지 지역 사회의 부촌을 떠나보질 못 했다. 대학생 때 여행을 다닐 기회가 있긴 했지만, 각자의 경제 사정에 발목을 잡혀 세상을 즐기기보다는 바로 취업 준비에 뛰어들었다. 그러다보니 근처의 강이나 작은 호수에서 경치를 감상한 게 다였다. 그런 파드메에게 우중충한 섬의 바다 모습만 보여주고 죽을 수는 없었다. 기왕 죽을 것이라면 화창하고 맑은 바닷가의 해변을 눈에 담아 가고 싶었다. 그리고는 죽고 나서 그녀가 보고 싶었던 실제 경치들이, 검색으로 나오던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웠다는 걸 설명 해주리라.

 

아나킨이 구석에 처박혀 앉아 손을 들자, 그를 확인한 주인장이 익숙하게 술을 내왔다. 애초에 구체적으로 어떤 술을 내달라고 주문하지조차 않았다. 독한 술이기만 하면 뭐든 좋았다. 안주도 없이 홀짝거리기 시작하자 체온이 올라가고 피에 알코올이 도는 기운이 느껴졌다. 미세하게 손끝이 떨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중독 증상쯤이야 겁나지 않았다. 어차피 죽을 텐데. 식당에는 그와 대각선으로 맞은편에 위치의 실내 테라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옆방 남자뿐이었다. 곧, 그 남자에게서도 신경을 껐다.

 

삶은 파드메가 그리도 보고 싶었던 바다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가만히 제자리에서 중심을 유지하고 서 있으려고 해도,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와 연약한 몸뚱어리를 치고 갔다. 때로는 예기치도 못한 큰 파도로 사람을 덮쳐 끌고 가서는 돌려보내질 않았다. 죽음으로 휩쓸려간 사람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었다. 그 사실이 계속해서 아나킨을 익사하게 만든다. 진실을 받아들이고 불규칙하게 다가오는 파도에 맞서서 일어서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부질없었다. 어디에서도 계속해서 살아갈 힘을 얻질 못했으니까. 결국엔 힘을 빼고 누워서 물속으로 가라앉기를 선택해버렸다. 허우적거리지도 않고, 살려달라고 구조요청을 하지도 않고. 아니, 애초에 그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저 인간이란 운명이라고 불리는 큰 손이 멋대로 줄을 잡아당기는 방향을 따라 속절없이 움직이는 목각 인형에 지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몇 차례 잔을 비우자 주인장은 아예 병 채로 술을 내줬다. 올라온 술기운에 실실 웃으며 다음 잔을 따랐다. 가끔씩 술을 테이블에 좀 흘리긴 했지만, 심각할 추태를 보이진 않고 계속해서 마셨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가늠이 되지 않았다. 비 때문에 하루 종일 실내가 어둑했다. 그런데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는 와중에, 바로 근처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뭡니까?”

 

“술친구가 필요해서 말입니다.”

 

고개를 휙 돌리자 순간적으로 술기운 탓에 시야가 흐렸다. 아나킨은 얼굴을 찌푸리고는 초점을 맞추기 위해 애를 썼다. 흔들리던 시야가 잡히자, 앞에 앉은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물감이 묻은 오른손으로 맥주잔을 들고 앞에 앉아 있는 남자. 아나킨은 실내 테라스 쪽을 바라보았다. 화구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자리는 비어있었다. 누구인지 명백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적당히 거리를 두며 고개만 까딱거리던 사이가 왜 갑자기 거리를 좁혀왔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술친구라니. 깨어나서 잠들 때까지 내내 술에 꼴아 있기는 했지만, 타인과 친밀하게 잔을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나눌 성향은 못 됐다. 게다가 앞에 앉은 남자도 일행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타입 같은데, 무슨 변덕이 일어서 이러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귀찮았다. 아나킨은 그런 티를 숨기지 않고 얼굴에 확연하게 드러냈다. 초면에 지킬 예의랄 게 있을 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글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남자는 자리를 뜨지 않고 여전히 앉아 있었다.

 

“딴 데 가서 알아보시죠.”

 

“좀 어떻습니까, 구면인데.”

 

구면은 무슨. 어쩌면 눈치가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지독하게 순진하던지. 겨우 옆방에서 묵으면서 말없이 인사정도 주고받은 주제에 친밀감이라도 생겼단 말인가. 그는 언성을 조금 높여서 남자를 쫓아 내버릴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금방 그 생각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내일이면 해가 뜬다고 했다. 날이 개면, 이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드디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관대한 마음이 들었다. 물끄러미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던 아나킨의 얼굴이 거짓말처럼 풀어졌다. 허락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죽을 건데, 뭘. 코앞까지 죽음이 찾아왔다고 느끼자, 묘하게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좀 안 하던 일을 한다고 큰일이 날 것도 아니었다. 무슨 일을 한다고 해도, 내일이면 결국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사람의 일이었으니까.

 

“오비완 케노비입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에요.”

 

“특이한 성이군요.”

 

“그런 말 많이 듣죠. 어머니 성이에요. 그쪽은…… 그림을 그리시죠?”

 

이 정도의 스몰톡을 시도한 적이 얼마 만인지. 웃기게도 짧은 순간에 아나킨은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겼다. 평소의 그라면 처음 만난 사람과 대화 할 때 어색한 티를 감추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만취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평소의 그보다 낯가림이 적어져, 이런 대화가 어렵지 않았다. 더불어 죽기로 작정한 순간 긴장의 고삐를 놔버렸기 때문에 더욱 말이 쉽게 술술 흘러나왔다. 맞은편에 앉은 남자, 그러니까 오비완은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 위에 냅킨으로 오른손에 남은 물감을 닦고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정말 우연 중에 우연으로 그 핸드폰은 아나킨과 똑같은 기종이었다. 검은색인 아나킨 것과 달리, 오비완의 핸드폰은 흰색이었다. 다만 여기저기 물감 때를 타서 얼핏 보기엔 흰색보다는 알록달록한 무늬가 새겨진 것처럼 보였다.

 

“맞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주로 풍경을 그립니다. 가끔씩 사람도 그리고요.”

 

오비완이 핸드폰의 사진첩을 열어 보여주자, 그는 집중하기 위해서 미간에 힘을 주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색의 무리였다. 일렁거리고 뒤집히고 반짝거리고 빛나는 푸른 바다들. 사진첩에는 무수히도 많은 바다 그림이 있었다. 특히 파드메가 좋아할 법한 종류의, 햇빛이 강렬한 날에 보고 그린 새파랗고 푸른 하늘과 맞닿아 있는 바다 그림이 많았다. 가끔씩 초상화처럼 정면에서 사람을 그린 그림도 스쳐 지나가긴 했지만, 그마저도 푸른 계열의 색을 많이 써서 바다 그림과 금방 구분이 가질 않았다. 그림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한창 스크롤을 내리던 오비완은, 아나킨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림을 계속해서 보고 있자 개별적으로 눌러서 한 그림씩 크게 보여주었다. 화면에 파란 바닷물이 확 들어차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아나킨은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일렁거리는 물과 햇빛에 비쳐 반짝이는 수면 위를 보면서, 그는 멀미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 망할 술기운. 답지 않게 취한 상태를 탓하며 아나킨은 계속해서 오비완이 넘겨주는 다른 그림들을 자세히 보았다.

 

오비완이 그리는 그림은 주로 유화였다. 간혹가다가 수채화나, 연필 데생, 마카 등을 사용한 그림도 보였지만, 주 종목은 유화인 듯 했다. 겹겹이 쌓인 푸른 색감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바다와 유화. 둘 다 파드메가 좋아했던 것들이다. 가끔씩 미술관 데이트를 가면, 파드메는 다른 그림들보다도 유화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유화는 작가의 힘과 감정이 느껴진다고 좋아했었다. 그리고 또 왜 좋다고 했더라.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며 아나킨이 관자놀이를 눌렀다. 파드메가 즐겨 찾았던 두 가지를 합쳐 놓은 걸 보니 밀어 놓았던 감정이 슬금슬금 고개를 쳐들려고 했다. 그는 잠시 그림에서 눈을 떼고는 급하게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는 다시 따라서 연거푸 비웠다. 어떤 감상에도 휩싸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는 기쁘게 죽고 싶었다. 마지막은 그렇게 장식하고 싶은 게 소원이었다.

 

“제 아내가 유화를 참 좋아했었는데. 보실래요?”

 

마치 그림을 보여준 대가를 지불하는 것처럼, 아나킨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첩을 열었다. 그의 핸드폰 속에는 파드메 사진뿐이었다. 파드메는 함께 사진을 찍기를 원하곤 했지만, 아나킨은 단독으로 파드메를 렌즈 안에 담기를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그의 사진첩에는 파드메가 혼자인 사진이 주를 이루었다. 일상 속에서 몰래 장난을 치면서 건졌던 사진, 데이트를 나가서 찍은 사진 같은 것 말이다. 날짜와 장소별로 정리되어 있는 사진들을 한참을 뒤적거리다가, 아나킨은 미술관에 들렀던 사진을 모아 놓은 폴더를 열어서 보여주었다. 거의 사람 키만한 커다란 폭포 그림 앞에 서서 활짝 웃고 있는 파드메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나킨이 주절거리며 길게 말을 늘어 놓았다.

 

“미술관 가서 그림 보는 걸 참 좋아했어요. 몇 개월에 한 번씩은 꼭 그림을 보러 갔다니까요.”

 

“여러 미술관을 다니셨나보네요.”

 

“동네 미술관이란 미술관은 다 갔어요. 이름 모를 작가 개인전도 근처에 있으면 꼭 가고요. 바다 그림이나 물이 들어간 그림을 제일 좋아하던 사람이에요. 바다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싶어 했는데, 사는 게 바쁘다 보니까 그러질 못 했죠. 대학 졸업하고 나서 바로 취업을 하고 주택 융자금을 갚느라고…….”

 

과하다는 생각과 뭐 어떠랴는 생각이 교차해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동안 아나킨은 혼자서 아무 말이나 주워 섬겼다. 파드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다시 파드메의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동안 오비완은 긴말하지 않고 간간이 거들기만 하면서 아나킨의 이야기를 들었다.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아나킨은 울지 않았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별개로 그저 눈물이 나지 않았다. 특별하게 슬프지도 않았다. 아마도 너무 슬픔에 닳은 나머지 조금은 무뎌진 걸지도. 낯선 사람 앞에서 울지 않아서 안도감이 듦과 동시에 설마 죽음에 익숙해지기라도 했냐는 질문이 스스로를 괴롭혀 모순적인 감정이 들었다. 괜찮고 싶으면서도 괜찮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자기 혼자서만 앞으로 나아가면 안 될 것 같은 감각. 어떻게 그가 파드메를 뒤에 남겨 두고 나아갈 수 있단 말인가. 아직 바다도 제대로 보지 못한 파드메를 두고.

 

“어쨌든, 선생님은 의미 있는 일을 하시네요.”

 

한참을 떠들던 아나킨이 나직하게 중얼거리자, 오비완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소리 없는 질문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아나킨이 몇 시간 전까지 오비완이 그린 그림이 세워져 있는 이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캔버스 위에는 비가 오는 날, 섬의 바다를 그린 그림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날씨가 우중충한 데에 비해 밝은 색깔을 써서 그림을 그려서, 잠깐 보아서는 비 오는 날의 바다 그림인 걸 알기 쉽지 않았다.

 

“그림으로 그리면, 그 순간은 영원히 남는 거잖아요. 그러면 영원히 해지지도 않고, 바래지도 않겠죠.”

 

“그림이 담는 건 찰나에 불과합니다.”

 

아나킨의 말을 알아들은 오비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주 잔잔한 미소였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이번에는 아나킨이 모호한 표정이 되었다. 물론 오비완의 말대로 그림은 찰나의 순간을 담을 수밖에 없다. 영상이 아니어서 완성하고 나면 과정보다는 순간이 찍혀서 남는다. 마치 사진처럼. 그래도 그 찰나의 순간은 영원하지 않은가. 취기에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생각을 하려니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아마 섬에 온 뒤로 이 정도로 머리를 굴린 적은 없으리라. 대체로 생각 없이 본능대로 술만 찾으며 살았으니까. 둘 사이에 잠시 말이 멈추고 정적이 흘렀다. 그 사이에 오비완은 아마도 세 번째 술잔을 비웠고, 아나킨은 새롭게 병을 추가해서 마셨다. 몇 번째 술병인지도 몰랐다. 침묵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림을 영원하게 만드는 건 사람들입니다.”

 

“……사람요?”

 

“그림을 봐주는 사람, 기억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그림을 영원하게 만들지요. 그리고 그 그림 속에 담긴 사람이 영원하기 때문에, 그림이 영원한 겁니다.”

 

오비완은 마치 당연한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말했다. 얼핏 듣기에도 그 말은 일리가 있어 보였다. 그러니까, 술김에 들었다고 할지라도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장구를 쳐줄 수 있을 정도로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모든 창작물이 그러하듯이, 그림도 누군가가 보는 사람이 있어야 생명력을 얻지 않겠는가. 마지막 말은 그럭저럭 화가의 철학 정도로 넘기면 그만이었다. 예술가들이란, 평범한 사람은 금방 이해하기 힘든 무언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족속들이니까. 아나킨도 머리로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아나킨조차, 자신이 충동적으로 이런 질문을 한 이유를 금방 알아차리지 못 했다.

 

“……죽은 사람도 마찬가지인가요?”

 

바로 이런 질문을 한 데 있어서 말이다. 다른 무엇도 아닌, ‘영원’이라는 말이 목에 턱하니 걸려버려 뱉어낼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 질문은 필연적인 것일지도 몰랐다. 아나킨은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지 않더라도,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죽음과 영원에 대하여. 죽은 사람의 영원성에 대하여. 그가 뒤로 남기고 갈 수도 없고 함께 걸어 나갈 수도 없는 존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관해 말이다. 이건 종교도 심리 치료도 아닌 한낱 그림 이야기일 뿐이지만.

 

아나킨의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간절하게 나갔는지 알지 못 했다. 본인이 얼마나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말이다. 답은 곧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오비완은 아나킨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았다. 도로 시작된 침묵에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면서 아나킨이 참지 못하고 술을 또 들이켰다. 위에서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마셨다. 오늘은 혼자 마시지 않고 대화를 하면서 마셨는데도 평소보다 배는 마신 것 같았다. 아니면 이 모든 느낌이 단지 사실이 아니라 기분 탓일지도 몰랐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스스로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뭘 원하는지. 아주 오랫동안 그는 자신이 그토록 죽고 싶어 한다고 여겼다.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믿어와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바로 내일, 죽음을 앞두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당치도 않는 생각이 피어오르는 것이다. 그가 파드메의 죽음에서 오는 슬픔과 부채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안다면, 어쩌면 그도 좀 더 다르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가능성 말이다.

 

너무나도 이기적인, 그렇지만 이기적이어도 듣고 싶은 실마리. 아나킨은 오늘 처음 말을 나눠본 남자에게 본인이 왜 그런 걸 듣고 싶어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감정은 이성보다 앞섰고, 스스로 관심도 없었고 그 누구도 주지 않았던 해답을 지금은 알고 싶었다.

 

“…….”

 

오비완은 야속하게 끝까지 답하지 않았다. 왜 답을 해주지 않는 건인지, 아나킨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감정은 불안을 넘어서 금방 절박하게 변하였다. 벼랑 끝에 닿아 있는 사람의 심리는 이토록 위험했다. 그는 오비완이, 마치 이 모든 일에 해답을 줄 것처럼 굴었다가 도로 뺐어간 것처럼 보였다. 제발. 아나킨은 재촉하고 싶었다. 그걸 넘어서 빌고 애원하고 싶었다. 그 답을 위해서는 영혼마저 바칠 수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오비완이 한 마디만 해주면 될 것 같았으니까. 죽은 사람도 영원히 산다고.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그 한 마디면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분명, 분명 그럴 텐데, 답이 없었다. 물리적으론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을 텐데, 아나킨에게는 그 찰나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길었다.

 

결국, 아나킨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열려고 했다. 시야가 계속 흔들려서 미간을 찌푸리고는 답을 구하려고 하는데, 세상이 휘청거렸다. 사실은 그의 몸이 휘청거리는 걸 테지만, 아나킨은 세상이 넘어간다고 느꼈다. 아득하게 먼 곳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면서 시야가 서서히 허물어져 갔다. 착각이 아닌가? 몸이 무거웠다. 책상 위에서 느릿하게 책상 아래로 시야가 전환 되었다. 지금까지 폐인처럼 술을 마시긴 했지만, 방을 못 찾아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나킨은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누군가 그의 몸을 잡고 흔들었다. 어지러웠다. 입에서 무어라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뱉는 것을 마지막으로, 아나킨은 기억이 끊겼다.

 

“……으윽.”

 

그가 메슥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일어났을 때에는 다음날 오후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눈만 떴을 뿐이지 숙취와 두통으로 인해서 속절없이 누워 있으면서 기운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했다. 주머니 안에서 눌린 핸드폰을 꺼내서 시간부터 확인하던 아나킨은 지금이 오전이 아니라 오후라는 사실에 제일 먼저 놀랐다. 이렇게 긴 시간 잔 적이 있었나. 괜히 안 하던 짓을 하면서 술을 마셔서 몸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뭔가 다른 영향을 받았던지. 그게 무엇인지는 당장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누워서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주변이 익숙한 걸 확인하자, 아나킨은 오비완이나 주인장이 어떻게 해서든 그를 방으로 데려다 놓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과정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문득 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걸 인지하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낮의 쨍한 햇살이 창을 넘어 방을 비추는 걸 보면서 아나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드디어 죽는 건가. 그는 아직 후들거리는 다리로 바닥을 딛고서는 일어났다. 이상했다. 분명히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자조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정말 죽고 싶긴 한 거야?

 

모르겠다. 아나킨은 허탈한 한숨을 쉬었다. 죽고 싶은 것인지, 살고 싶은 것인지. 아마 살지 못해서 죽고 싶은 것은 아닐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우습게 느껴졌다. 그렇게 죽고 싶어 하더니, 그 남자와의 대화로 대체 뭐가 달라졌다고. 그는 착잡한 생각을 하면서 일어났다. 변하는 건 없으리라. 분명 어젯밤에 오비완이란 남자와 나눴던 대화에서 무엇이든 답을 얻고 싶었던 것 같지만, 결국 그 남자도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떠나가지 않았나. 이게 맞는 결말일지도 몰랐다. 아무도 그를 도울 수 없고, 도울 생각도 없는. 그는 일단 죽을 장소라도 골라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청거리는 걸음걸이에 애써 중심을 잡으면서 식당으로 내려가자, 날이 맑아서인지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식당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하여 주변을 둘러봤지만, 날이 맑아서 자리를 옮긴 것인지 아니면 아예 떠난 것인지 늘상 있던 실내 테라스에는 이젤과 화구가 보이지 않았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고작 한 번 술 마시면서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에 무엇이 있겠는가. 기대를 하면 안 됐다. 당시는 술을 마셔서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한 모양이다. 아나킨을 떠나려고 했다. 그를 발견한 주인장이 다가와서는 말을 걸기 전까지 말이다.

 

“이보게.”

 

“네?”

 

“화가 양반이 이걸 당신한테 전해주라더군.”

 

주인장은 누런 기름지에 싸여 끈으로 묶인 물건을 아나킨 손에 얹어 주었다. 이야기는 그게 다였다. 긴 설명도 없었다. 아나킨은 바로 몸을 돌려 카운터로 돌아가는 주인장의 뒷모습을 빤히 보다가, 일단 가까운 빈자리에 앉았다. 쓰러졌을 당시의 기억이 없긴 하지만, 그가 알기론 오비완에게 특별히 맡겨놓은 물건은 없었다. 지갑도 핸드폰도 모두 바지 주머니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받을만한 물건이 뭐가 있단 말인가. 그는 일단 끈을 풀어 보았다. 두 겹의 기름지를 벗기자, 그는 그가 보고 있는 것이 액자 정도 크기의 캔버스라는 걸 깨달았다.

 

“…….”

 

아. 아아.

 

아나킨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작은 캔버스 안에, 푸른 바다를 보면서 웃고 있는 파드메의 옆모습이 그려진 걸 보자, 정말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오비완은 답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의 답은, 아나킨 손에 있었다.

 

고개가 떨어졌다. 행복해 보이는 얼굴로 바다를 쳐다보고 있는 파드메의 그림을 떨리는 손으로 품에 안고, 그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었다. 들썩이는 몸과 함께 눈물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그토록 바다를 보고 싶어하던 파드메, 그가 그대로 남겨 두고 갈 수 없는 파드메가 그림 속에서 웃고 있었다. 아. 아아아. 아아. 말은 완성되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소리 없는 울림만 목에서 흘러나왔다. 슬픔인지 기쁨인지 절규인지 환희인지도 모를 감정이 쏟아지고 또 쏟아져 내렸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저 토하듯이 눈물을 흘렸고, 있는 힘껏 그림을 끌어 안았다. 품에서 느껴지는 실체가 있는 감각과 보이지 않는 감정이 혼재하여 버무려진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쓸 새도 없이 울었다. 그를 갉아먹고 괴롭혔던 죄책감들, 못다한 책임들,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았던 감정들, 죽은 사람에 대한 어찌할 수 없는 허무감과 무력감. 많은 감정이 그 안에서 소용돌이 치다가 씻겨 내려갔고, 뒤덥히 듯 일어났다가 잠잠해졌다. 어느 순간에는 그저 그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가 없어서 울었다. 그저 울었다. 그 안에서 감정이 내보내는 눈물이 다할 때까지.

 

한참을 울다가 멈추었을 때, 아나킨은 알았다.

 

그가 살 수 있다는 걸.

 

고개를 들자, 식탁 위에는 주인장이 언제 놓고 갔는지 모를 냅킨이 잔뜩 싸여있었다. 행여나 흘린 눈물 때문에 그림이 상할까봐, 아나킨은 잽싸게 냅킨으로 엉망인 얼굴을 닦았다. 다시 내려다 보아도 여전히 그림 속에서 파드메는 환하게 웃으며 바다를 보고 있었다. 파드메가 바다를 보았으니, 그는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는 손을 들어 주인장을 다시 불렀다. 앞으로 나아갈 때였다. 일상으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 짧았던 술친구가 준 답을 가지고.

 

“…… 여기, 공항이 어느 쪽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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