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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ile Devices - Sufjan Stev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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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way around 

 공 일   @I_force_u 

   갈까마귀, 하이얀 뭉게구름, 미소 짓는 소녀.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나는 그곳에서 당신을 만났어요. 푸르런 지평선을 무대 삼아 펼쳐지던 바다를 등지고선 환히 웃는 당신은 마치 피그말리온이 그리도 염원하던 갈라테이아의 형상을 닮아 있었습니다. 아아, 나의 뮤즈. 나의 어여쁜 라일락. 나의, 구원자. 아마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난 이 멀고도 먼 길을 그리도 빙빙 돌아 찾아 헤매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더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다만 당신의 곁에 있게 해주옵소서. 저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나는 당신으로 인해 다시 살아가게 될 테니까요.

 

 

 

   끝을 보이지 않는 푸르런 해안선을 따라 달리던 자동차는 어느샌가 하이얀 백사장 앞에 멈추어 섰다. 이윽고 소복하게 쌓인 모래에 발을 디딘 사내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너른 바다로 눈길을 돌렸다. 따스한 바람이 사내의 머릿결을 간지럽혔다. 자신을 인자하게 맞아주는 바다가 마치 한평생을 보아 온 친우 같다고 사내는 문득 떠올렸다. 사내는 천천히, 한 발씩 앞으로 내디뎌 부연 거품을 내뿜는 잔잔한 바닷물 앞에 멈춰 섰다. 어느새 자신의 발과 슬리퍼를 적셔 온 작은 파도에 놀라 작게 실소를 터트린 사내는 몸을 돌려 차로 돌아가기로 했다. 실은, 그러려고 했다. 하염없이 카메라로 그 모든 풍경을 정신없이 담아내던 어느 남자와 부딪혀 그를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만들기 전까진.

 

   그것이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오비완 케노비의 첫 만남이었다. 아주 좋은 풍경에서 그리 좋지만은 않던 첫 대면이었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아닙니다. 저야말로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었어야 했는데.”

   “아, 참. 아나킨 스카이워커입니다. 아무래도 너무 죄송하네요. 어떻게 사죄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오비완 케노비입니다. 정 죄송하시면 나중에 식사나 한번 대접해주세요.”

   “네? 오비완 케노비요?”

 

 

   미친거 아닐까. 어쩐지 들고 있던 카메라도 좋아 보이더라. 아나킨은 저의 앞에 서 있는 순한 인상의 오비완을 다시 흘긋 쳐다보았다. 그 오비완 케노비였다. 세상에 다시 없을 천재 사진작가. 세간이 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프레임 속에 담은 피조물들이 정말로 살아 숨 쉬는 것 같대요. 셔터를 누르면서 다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는 둥, 그런 평가를 듣는 유명인이라니…. 아나킨은 속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같은 사람이지, 속으로 말을 곱씹어 삼키며 고개를 든 아나킨의 눈에 오히려 안절부절못하며 걱정어린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사내가 눈에 담겼다. 세상에, 귀엽다. 아나킨은 내심 바다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여기요. 제 연락처예요. 나중에 시간 나실 때 연락주세요. 그때 한번 대접하죠.”

   “좋아요, 아나킨. 나중에 봐요.”

   이름으로 불렀어. 진짜 귀엽다. 어쩜 사람이 저러지. 다시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에 아나킨은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무심코 들른 해안가에서 만난 유명인 겸 취향인 사람을 만났다. 이건 전부 우연인가? 사실 그가 유명인이라는 사실보단 취향인 사람이란 게 더 중요했다. 나중에 식사하면서 더 친해져야지. 아나킨의 야심 찬 계획이 그렇게 세워졌다.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일이 풀려갔다. 엉성하게 둘러놓은 실타래를 한 손으로 집어 풀어내는 것처럼, 정말로. 오비완은 며칠 후 저녁에 시간이 된다며 문자를 보내주었고 아나킨은 기꺼이 응했다. 그 천재가 고른 식당은 대로변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나 업타운의 메뉴판을 보지 않아도 살 떨리는 가격의 요리임을 알 수 있는 그런 식당이 아니었다. 오비완이 원한 장소는 그저 편한 분위기의 왁자지껄한 펍이었고, 그는 의아했지만 어느 무더운 밤에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래서요, 아나킨. 아직 대학생이라고요?”

   “네. 체육 전공이었는데, 다 나은 줄 알았던 무릎 쪽 부상이 너무 심해져서요. 한동안 휴학계 쓰고 쉬었거든요.”

   “세상에, 사실 처음 봤을 땐 모델이나 패션 계열과 관련된 사람일 줄 알았습니다.”

   “에이, 설마요. 중학교 때 미술에서 F를 맞은 이후론 관심 끊었죠.”

   “아나킨이 정말 잘생겨서요. 첫인상이 정말 강렬했었어요.”

   “하하하… 네?”

 

   딸꾹, 아니 미친, 아나킨은 입으로 들어온 맥주를 그대로 내뱉어 버릴 뻔한 마음을 추스르며 멍청하게 오비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뭐라는거야. 내가 잘못 들었나? 진짜? 아니 잠시만. 뭐라고?

 

   “아나킨씨 잘생겼습니다. 그렇게 말했어요.”

   “혹시 독심술 하세요?”

   “아뇨. 얼굴에 다 드러나서요….”

 

   그 말을 끝으로 오비완이 사람 좋게 웃는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저 사람은 웃을 때 저런 표정이구나…. 온몸이 물을 먹인 솜 마냥 무겁게 느껴졌다. 그 뒤로 완연한 적막이 일곤 새카만 암막이 시야를 전부 채워버렸다. 누군가, 내 이름을 나지막히 부르는 게 들렸다.

 

 

   오비완은 매우 난처했다. 먼저, 그는 아나킨으로 인해 바닷물에 그대로 엎어졌으나 사진을 가득 담은 카메라가 고장 나지 않았고 아무도 다친 이가 없음으로 아무 상관이 없었다.

   다음, 그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먼저 나서서 보인 호의를 받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상대는 미안할지 몰라도 자신은 괜찮았으니. 그 상대가 깎아지른 조각상처럼 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에 문득 식사 제안을 했다. 그 얼굴만 아니었어도. 오비완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술에 취해 엎어졌다. 분명 자신이 식사를 산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여러 의문점이 일었으나 그래도 술에 거하게 취해 잠에 든 이를 놓고 떠날 만큼 매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오비완은 저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큰 아나킨을 어떻게든 들쳐업곤 차에 태웠다. 지금 이 모두가 잠든 밤에, 자신의 식사 파트너까지 포함해서, 그 둘이 갈 곳은 자신의 집 빼곤 없었다.

   깊은 잠에 빠져버린 이를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오비완은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지금껏 아무도 들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었던 저의 보금자리에 누군가 들어와 숨 쉰다는 것이 그에겐 꽤나 색다르게 다가왔다. 시리도록 고요했던 방 안이 이젠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간간이 터져 나오는 저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활기가 가득한 밤이었다.

 

   아까 아나킨의 반응이 어땠더라. 정말 귀여웠는데. 얼굴에 감정을 전부 드러내는 사내가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넣어진 재료에 따라 제각각 다른 결과물을 보여주는 듯했다. 바닷가에선 정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분명 내가 문자를 보냈을 땐 기분이 좋아 한참을 미소 짓고 있었겠지. 그는 펍 입구에서도 저를 향해 잔뜩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주었기에. 그러곤, 붉어진 얼굴로 저를 멍하니 바라보는 아나킨이 떠올랐다. 정말, 사랑에 빠진 눈을 하고선.

 

 

   오비완이 숨을 죽이곤 허리를 굽혀 잠든 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나킨. 나를 좋아하나요?”

 

 

   이미 잠의 수렁에 빠진 이는 귓가에 불어온 바람에 잠깐씩 몸을 움직일 뿐,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비완은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의 이마에 천천히, 부드럽게 입술을 붙였다 떼어내며 조용히 말을 읊조렸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나는 모르겠어요…. 난 당신이 정말 좋아요. 하지만 내가 지금 당신에게 가진 감정은 완벽한 피사체에 대한 호감 정도겠죠. 우린 완전히 달라요. 닮은 건 하나도 없죠. 그럼에도 내가 좋다면, 당신만 괜찮다면, 기회를 줄게요. 나를 사랑해주세요. 열렬히, 내가 빠져들도록. 당신은 해낼 거라 믿어요….”

 

   말을 조용히 웅얼거리며 빛을 발하는 스탠드의 세기를 낮추었다. 찬찬히 잠에 빠져들도록 라디오를 틀곤 책을 꺼내 들었다. 이내 종이가 넘어가는 사각이는 소리가 새벽을 전부 채웠다. 라디오에선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And I would say I love you

But saying it out loud is hard

 

So I won't say it at all

And I won't stay very 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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